AI 주도섹터 4년, 1등은 엔비디아가 아니었다 (1부)

[고지] 작성 시점 기준 필자는 본문에서 언급한 종목 중 오이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사전 예고 없이 해당 종목을 포함한 보유 종목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와 공시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글에 언급된 종목을 포함한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2024년 5월 말, 전직 오픈AI 연구원이 165페이지짜리 문서를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Situational Awareness』입니다. 이 글은 AI를 키우는 데 무엇이 먼저 모자랄지를 순위까지 매겨 적었고, 마지막에는 엔비디아와 TSMC에 이게 무슨 의미인지를 독자 숙제로 남겼습니다.

2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는 2026년 상반기에 439%를 벌었고, 7월 한 달에 67%를 잃었습니다. 그 사이 AI 주도섹터는 네 번 바뀌었습니다.

이 글은 국내 19개 종목과 해외 2개 종목의 2022년 1월부터 2026년 9월 17일까지 일별 종가, 그의 SEC 13F 보고서 원문 세 개 분기, 사업보고서 세 건, 그리고 젠슨 황의 발언 일자를 하나의 표에 놓고 계산한 결과입니다. 결론은 두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이 21개 종목에서는, 말보다 발주가 가격을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섹터가 아니라 종목이 움직였습니다. 왜 이 문장에 “이 21개 종목에서는”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하는지는 글 뒤쪽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에세이는 병목의 순서를 이렇게 적었다

원문 3장은 AI 클러스터를 키울 때 무엇이 먼저 막힐지를 순서대로 서술합니다.

  1. 전력 — 공급 측면의 단일 최대 제약. 2026년 1GW, 2028년 10GW, 2030년 100GW 클러스터를 상정하고 100GW는 미국 발전량의 20%를 넘는다고 계산합니다
  2. 로직 칩 — 전력보다 작은 제약
  3. CoWoS 패키징과 HBM — 이미 병목이지만 상대적으로 확장이 쉬운 축
  4. 부지·인허가·전력계약·데이터센터 건설
  5. 터빈과 발전기

중요한 건 이 순위 목록에 별도 항목으로 올라오지 않은 것입니다. 범용 D램, 낸드, eSSD는 병목으로 명시되지 않습니다. 메모리는 HBM 문맥에서만 등장하고, 인터커넥트는 각주에서 한 번 언급될 뿐입니다. storage라는 단어는 문서에 두 번 나오는데 둘 다 데이터센터 부대 전력을 계산하는 항목입니다.

원문은 situational-awareness.ai에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사이트 메타데이터 기준 최초 게시는 2024년 5월 29일입니다.

바닥은 AI가 아니라 연준이 만들었다

AI 사이클의 시작점을 2022년 11월 30일 챗GPT 공개로 잡는 글이 많습니다. 주가로 보면 맞지 않습니다.

2022년 10월 13일 발표된 9월 CPI는 전년비 8.2%로 예상치 8.1%를 웃돌았고, 근원 CPI는 6.6%로 1982년 8월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S&P500은 장중 2.4% 밀려 3,491.58까지 내려갔다가 오전 11시부터 급반등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고 금리 인상이 끝을 향한다는 기대가 만든 반전이었습니다.

엔비디아의 2022년 저점은 그 다음 날인 10월 14일입니다. 챗GPT보다 47일 빠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더 빨라서 2022년 1월 27일 15,900원이 바닥이었습니다.

한국은 반대로 늦었습니다. KRX 반도체 지수는 챗GPT 공개일 종가 2,577.33에서 한 달 더 11.8% 빠진 뒤 12월 29일 2,273.95가 바닥이었습니다.

여기서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가 나옵니다. 유동성이 방을 만들고, 서사가 자리를 정하고, 레버리지가 높이를 정합니다. 방을 만든 건 연준이었고, 서사는 7개월 뒤인 2023년 5월 엔비디아 실적에서야 숫자로 증명됐습니다. 이슈가 돈을 부른 게 아니라, 돈이 돌아온 뒤에 갈 곳을 찾다가 이슈를 만난 것입니다.

4년 누적 1등은 엔비디아가 아니다

2022년 10월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현재까지의 배수를 계산하면 이렇습니다.

순위종목배수
1효성중공업54.7배
2가온전선32.6배
3이수페타시스22.9배
4HD현대일렉트릭22.2배
5LS ELECTRIC21.8배
6한미반도체19.7배
7SK하이닉스18.4배
8엔비디아17.9배
9로보티즈14.3배
10레인보우로보틱스13.8배
11삼성전기11.7배
12원익홀딩스8.4배
15TSMC6.3배
17삼성전자4.6배
20빛과전자1.4배
21케이엔솔1.1배
2022년 10월 13일 종가 대비 2026년 9월 17일 종가(해외 종목은 9월 16일). 21개 종목 중 13·14·16·18·19위는 생략했습니다.

AI 시대의 상징인 엔비디아가 8위입니다. 앞선 일곱 중 여섯이 한국의 전력기기·케이블·기판·장비 회사입니다. 1위 효성중공업은 엔비디아의 세 배가 넘습니다.

반대쪽도 봐야 합니다. 2026년 들어 604% 오른 빛과전자는 4년 누적으로는 1.4배입니다. 앞선 3년의 하락을 되돌린 것에 가깝습니다.

구간마다 1등이 바뀌었다

구간1위엔비디아
1기 (2022.10.13~2023.12.28)이수페타시스 +489%+314% (4위)
2기 (2023.12.28~2024.12.30)HD현대일렉트릭 +365%+178% (2위)
3기 (2024.12.30~2025.12.30)원익홀딩스 +1,810%+36% (18위)
4기 (2025.12.30~2026.9.17)대한광통신 +657%+14% (16위)
21개 종목 내 순위. 각 구간 시작일과 종료일의 종가 기준. 4기 종료일은 2026년 9월 17일(해외 종목은 9월 16일).

기판 → 전력 → 로봇 → 통신·케이블 순으로 자리가 옮겨갔고, 엔비디아는 네 번 모두 1등이 아니었습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한 번도 가장 높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변동성, 유동성, 감당할 수 있는 낙폭까지 따지면 판단은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그리고 더 눈에 띄는 규칙이 있습니다. 직전 구간 1위는 다음 구간에서 예외 없이 하위권으로 내려갔습니다.

구간 1위그 구간 수익률다음 구간 순위
1기 이수페타시스+489%2기 12위 (−7%)
2기 HD현대일렉트릭+365%3기 13위 (+103%)
3기 원익홀딩스+1,810%4기 21위 (−48%)
21개 종목 내 순위. 2025년 시장 전체 1위였던 원익홀딩스는 2026년 검토 대상 중 꼴찌입니다.

반대 방향 사례도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1기 15위, 2기 15위, 3기 11위로 내내 뒤처져 있다가 4기에 +422%로 4위가 됐습니다. AI 서버용 MLCC와 FC-BGA 수요가 2026년에 몰린 결과입니다. 병목은 한 번에 하나씩 오고, 차례가 오기 전에는 오르지 않습니다.

말이 아니라 발주가 가격을 만든다

그럼 자리는 누가 정할까요. 젠슨 황의 대형 발언 이후 한 달 수익률을 재보면 일관된 패턴이 나옵니다.

GTC 2023 (3월 21일) — 생성 AI를 아이폰 모먼트로 규정
엔비디아+4.6%
한미반도체+31.6%
HD현대일렉트릭+21.9%
발언일 직전 종가 대비 1개월 후 종가.
GTC 2024 (3월 18일) — 블랙웰 공개, 전력 효율 강조
엔비디아−2.1%
LS ELECTRIC+66.2%
HD현대일렉트릭+63.2%
한미반도체+52.1%
발언일 직전 종가 대비 1개월 후 종가.

블랙웰 건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그날 강조된 건 전력 효율이었습니다. 호퍼로 15MW 걸리던 작업을 블랙웰로는 4MW에 한다는 이야기였고, 문자 그대로 읽으면 전력이 덜 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반대로 읽었습니다. 칩 한 장이 쓰는 전력이 줄면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칩을 돌리게 되고, 데이터센터 전체가 필요로 하는 전력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한 달 만에 전력기기 3사가 48~66% 올랐고, 정작 엔비디아는 하락했습니다.

2026년 6월 8일, 서울 종로

가장 선명한 날입니다. 젠슨 황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공동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그날 오전 SK하이닉스는 장중 200만원 아래로 밀렸고 삼성전자도 30만원선을 내준 상태였습니다.

그는 주가 하락에 대해 모두가 크게 흥분해도 좋다며 주식을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매년 SK하이닉스로부터 수십억 달러어치를 조달·구매하고 있고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종목6/227/309/17
SK하이닉스1536991
삼성전자1207085
한미반도체1196689
엔비디아10093103
2026년 6월 8일 종가 = 100.

같은 자리에서 나온 두 문장이 다르게 작동했습니다. “주식이 싸졌다”는 일반론에는 시장 전체가 반응하지 않았고, 그가 이름을 부르며 수십억 달러어치를 산다고 말한 SK하이닉스만 2주 만에 53% 올랐습니다.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는 20% 안팎, 엔비디아는 제자리였습니다.

로봇은 삼성전자가 사서 올랐다

이 규칙은 엔비디아 밖에서도 성립합니다. 젠슨 황이 2025년 내내 가장 크게 민 주제는 피지컬 AI였고, 실제로 그 해 국내 상승률 상위에는 로봇 관련주가 올랐습니다. 로보티즈는 11.5배가 됐고, 로봇 자회사를 둔 원익홀딩스는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1,809.80%로 시장 전체 1위였습니다. 그런데 그 상승이 젠슨 황의 발언에 붙어 있지 않습니다.

이벤트레인보우로보틱스로보티즈
삼성전자 지분투자 (2023-01-03) 당일+20.6%−2.7%
지분 투자 후 1개월+129.9%+33.8%
GTC 2023 후 1개월−16.9%−15.2%
GTC 2024 후 1개월−1.1%−14.8%
GTC 2025 후 1개월−11.8%−14.1%
GTC 2026 후 1개월−14.4%+9.0%

네 번의 GTC 이후 로봇주는 모두 하락했습니다. 특히 2025년 GTC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 모델을 공개하며 피지컬 AI를 가장 크게 밀었던 자리인데, 한 달 뒤 레인보우로보틱스 −11.8%, 로보티즈 −14.1%였습니다. 반면 삼성전자가 589억원을 넣어 지분 10.3%를 확보한 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6% 올랐고 한 달에 129.9% 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2024년 12월 31일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35%로 최대주주가 됐고, 2025년 한 해 레인보우로보틱스로부터 104억원어치를 실제로 매입했습니다. 전년 대비 7.5배입니다.

비전은 가격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발주가 만들었습니다.

섹터가 아니라 종목이 움직인다

2026년 3월 17일 GTC에서 구리 케이블과 광반도체, CPO 생산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왔고 국내 “광통신주”가 폭등했습니다. 그런데 한 묶음으로 거래된 세 종목을 사업보고서로 열어보면 주력 매출도,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진행 단계도 제각각입니다.

셋 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다른 건 그 사업이 어디까지 왔느냐입니다.

대한광통신빛과전자오이솔루션
주력 매출통신 57%
전력 43%
이동통신 광모듈
75.8%
무선 46%
유선 48%
AI 데이터센터
진행 단계
계약 체결
약 411억원
400G 양산
1.6T 연구 단계
100G 양산 시작
400G 샘플링
2026년 (~9/17)+657%+604%+110%
4년 누적7.7배1.4배1.8배
매출 구성과 개발 단계는 2026년 반기보고서(오이솔루션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4년 누적은 2022년 10월 13일 대비 2026년 9월 17일 종가.

갈리는 건 “하고 있다”와 “계약이 숫자로 잡혔다” 사이의 거리입니다. 금액과 상대방이 공개된 계약을 가진 곳은 대한광통신뿐이고, 같은 회사의 통신 부문 수주잔고는 2026년 6월 말 1,140억 7,300만원으로 1분기 대비 약 420억원 늘었습니다.

2026년 수익률만 보면 대한광통신과 빛과전자가 비슷합니다. 차이는 4년 누적에서 드러납니다. 7.7배와 1.4배입니다. 빛과전자의 604%는 앞선 3년 하락을 되돌린 쪽에 가깝습니다.

“광통신이 올랐다”는 문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세 회사의 매출 구성과 수주 내역을 사업보고서로 하나씩 열어보는 작업은 분량이 커서 2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냉각 — 엔비디아가 쓰지 않는 기술

반대 방향 사례도 있습니다. 2026년 1월 CES에서 차세대 랙이 칠러 없이 약 45도 고온수로 냉각 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왔고 국내 냉각 관련주가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GST와 케이엔솔 모두 두 달 만에 회복해 2분기에 52주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엔비디아 랙이 쓰는 방식은 서버를 액체에 담그는 액침냉각이 아니라 칩에 냉각판을 붙이는 직접액냉입니다. 애초에 엔비디아가 쓰지 않는 기술로 묶여 있었습니다.

2026년 7월, 한국 안에서 일어난 일

6월부터 7월 말까지 한국 종목들은 40~65% 빠졌습니다. 섹터도 논지도 실적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전력이든 메모리든 광통신이든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달랐습니다.

종목6/1 → 7/307/30 → 9/17
대한광통신−65.2%+125.3%
오이솔루션−61.3%+106.4%
빛과전자−59.1%+148.2%
이수페타시스−57.5%+87.8%
효성중공업−50.3%+53.4%
가온전선−47.4%+142.1%
삼성전기−56.2%+51.3%
원익홀딩스−51.7%+90.3%
HD현대일렉트릭−45.3%+22.5%
SK하이닉스−44.1%+32.0%
한미반도체−42.8%+34.5%
삼성전자−40.7%+22.0%
엔비디아−13.1%+9.7%
TSMC−7.4%+3.6%
2026년 6월 1일·7월 30일·9월 17일 종가 기준(해외는 9월 16일).

같은 AI 사이클 안에서도 변동폭이 전혀 달랐습니다. 한국 종목이 40~65% 빠지는 동안 미국 두 종목은 7~13% 빠졌고, 반등폭도 마찬가지로 갈렸습니다. 사업 내용이 비슷한 회사들이 같은 두 달 동안 5배 차이로 움직였다면, 그 차이를 만든 건 산업이 아니라 각 시장의 수급입니다.

참고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과 ETN 2종이 동시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규모 4조 3,227억원으로 하루 기준 국내 사상 최대였습니다. 검토한 국내 종목 중 상장 이후 2026년 고점을 찍은 건 삼성전자(6/18)와 SK하이닉스(6/22)뿐이고, 5월 26일 대비 6월 22일 수익률은 SK하이닉스 +42.3%, 삼성전자 +18.2%인 반면 나머지는 대체로 마이너스였습니다.

다만 이것을 인과로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투자자별 매매를 보면 삼성전자는 상장 이후 기관 일평균 순매수가 오히려 줄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스왑이나 선물로 복제할 수 있어 현물 순매수로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점이 겹친다는 사실까지가 확인 가능한 전부입니다.

91일 만에 뒤집힌 포트폴리오

그 사이 아셴브레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의 펀드 Situational Awareness LP가 SEC에 제출한 13F-HR 원문 세 건을 비교하면 세 개의 다른 펀드가 나옵니다.

  • 2025년 4분기 (29건, 55.2억 달러) — 롱 70.9%, 콜 28.9%. 상위는 블룸에너지 15.9%, 루멘텀 8.7%, 코어위브 7.9%, 코어사이언티픽 7.6%. 전력·데이터센터·채굴 인프라로, 에세이 그대로입니다. 샌디스크는 4.5%로 7위
  • 2026년 1분기 (42건, 136.8억 달러) — 풋이 61.9%. VanEck 반도체 ETF 14.9%, 엔비디아 11.5%, 오라클 7.8%, 브로드컴 7.4%, AMD 7.1%, 마이크론 4.3%, TSMC 3.9%, ASML 3.6%
  • 2026년 2분기 (26건, 202.4억 달러) — 롱이 99.6%. 샌디스크 28.0%, 마이크론 27.5%로 두 종목이 55.5%

한 분기 사이에 종목 수를 42개에서 26개로 줄이고 금액은 48% 늘렸습니다. 종목당 평균 보유액이 3.26억 달러에서 7.79억 달러로 2.4배가 됐습니다. 마이크론은 5.84억 달러 풋에서 55.74억 달러 롱으로 방향이 뒤집혔습니다.

정확히 쓰면 이렇습니다. 3월 31일의 그는 반도체 옵션 구조가 보고 금액의 3분의 2였고, 6월 30일의 그는 그 구조를 전부 걷어내고 메모리 현물 두 종목에 절반을 넣었습니다. 사이는 91일입니다. 헤지를 없애고 현물로 집중한 것입니다.

그리고 30일 뒤인 7월 30일, 마진콜로 공모주 포지션 전량을 시타델에 넘겼습니다. 상반기 순수익률 439%가 7월 한 달 −67%가 됐고, 운용자산은 450억 달러에서 약 10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최대 400%까지 썼던 레버리지가 원인이었습니다.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2025년 4분기에 루멘텀은 그의 2위 보유였습니다. 광통신입니다. 그리고 1분기 상위에서 사라집니다. 그는 젠슨 황이 광반도체를 말하기 전에 들어갔다가, 말한 뒤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돌아왔다

이야기는 파산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SEC 공시 추적 기준 누적 모집액은 2026년 3월 약 17.6억 달러에서 9월 약 43.5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청산 직후인 8월에는 비공개 기업에 추가 지분투자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8월 하순에는 일부 보유 종목의 공시 형태를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 목적으로 바꿨습니다. 유동성 있는 자산에서 없는 자산으로 옮긴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2026년 9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그의 펀드는 AI 관련주에 다시 베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현물이 아니라 옵션입니다. AMD, 블룸에너지, 코어위브, SK하이닉스, 샌디스크, 그리고 메모리 기업을 묶은 ETF 옵션을 매수했고 거래는 9월 첫째 주 후반부터 둘째 주 초 사이였다고 전해집니다.

공교롭게도 그 구간이 한국 종목들의 반등 고점과 겹칩니다. SK하이닉스와 가온전선은 9월 9일, 한미반도체는 9월 10일이 7월 저점 이후 최고가입니다. 인과는 알 수 없고, 시점만 겹칩니다.

낸드는 왜 에세이에 없었나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그가 절반 넘게 걸었던 메모리는 정작 그의 병목 순위에 없습니다. 놓친 걸까요.

2026년 낸드 병목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eSSD가 전체 낸드 비트 출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2분기 26%에서 2026년 2분기 48%로 뛰었는데 공급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증권가 분석은 그 원인으로 엔비디아의 컨텍스트 메모리 스토리지(CMX)처럼 eSSD를 AI용 메모리로 쓰는 기술, 메모리 3사의 낸드 증설 기피, 중국 YMTC의 장비 국산화 지연을 꼽습니다. 트렌드포스도 올해 주요 업체의 신규 낸드 증설이 거의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핵심은 CMX라고 생각 합니다. eSSD를 저장장치가 아니라 메모리 계층으로 끌어올린 건 엔비디아의 아키텍처 결정입니다. 2024년 5월 에세이가 쓰일 당시에는 이런 형태의 eSSD 수요가 나타나지 않았고, 2026년에 새로운 아키텍처가 낸드 수요 구조를 바꿨습니다. 그가 이를 예상했는지 못 했는지는 이 자료로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 두 사람의 차이가 끝까지 드러납니다. 예측자는 2024년의 물리 법칙으로 2026년을 그렸고, 구매자는 2026년의 아키텍처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시장은 후자를 가격에 넣었습니다.

이 글이 틀릴 수 있는 네 가지

첫째, 종목 선정이 임의적입니다. 이 글의 21개 종목은 전력·케이블·기판·광소자·냉각·메모리·장비·로봇·부품 등 섹터별로 인지도가 있는 종목을 제가 임의로 고른 것이고, 그것도 2026년에 결과를 알고 난 뒤에 골랐습니다. 2022년 10월에 효성중공업이나 가온전선을 AI 관련주 목록에 넣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순위표는 이 21종목 사이의 순위이지 당시 고를 수 있었던 선택지 전체의 순위가 아닙니다. 표본을 넓히면 순위는 다시 바뀝니다. 이 글은 사후에 보이는 경로를 설명할 뿐, 사전에 그 경로를 고를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둘째, 아셴브레너는 아직 진 게 아닐 수 있습니다. 7월에 −67%가 났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플러스였고, 모집액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몇 년 뒤에 그의 판단이 옳았다고 평가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셋째, 메모리 병목은 아셴브레너가 맞춘 병목의 파생일 수 있습니다. 그의 에세이에 낸드는 없지만 HBM은 있었습니다. HBM에 D램 생산능력을 몰아준 결과로 범용 D램과 낸드가 부족해진 것이라면, 그는 상위 원인을 맞춘 셈이 됩니다. 이 반론을 판별하려면 HBM 웨이퍼 투입 비중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 글에는 그 계산이 없습니다.

넷째, “발주가 가격을 움직였다”는 사후 해석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오른 종목에서 발주를 찾았지, 발주가 있었는데 안 오른 사례를 체계적으로 세지 않았습니다. 젠슨 황의 발언 중 시장이 무시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 세지 않으면 생존 편향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같은 잣대를 이 글의 로봇 단락에도 대야 공평합니다. 네 번의 GTC가 모두 하락이었다는 건 반복 관찰이라 근거가 되지만, 2023년 1월 3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0.6%가 삼성전자 때문이라는 건 단일 사례의 상관입니다. 그날 다른 재료가 없었는지까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뒤 삼성전자가 지분을 35%까지 늘리고 실제 매입액을 7.5배로 키운 경로는 공시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이 주가를 움직였나

두 사람은 같은 산업을 봤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한 사람은 165페이지짜리 예측을 썼고, 한 사람은 매년 수십억 달러어치를 샀습니다.

예측한 품목은 대체로 맞았습니다. 아셴브레너는 2024년 5월에 전력을 단일 최대 제약으로 적었고, 그 해 한국에서 1등을 한 건 HD현대일렉트릭(+365%)이었습니다. 4년 누적 1등도 효성중공업 54.7배로 전력기기입니다.

다만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합니다. 이 글이 가진 건 주가 수익률의 순서이지 물리적 병목의 순서가 아닙니다. 전력 설비 리드타임이나 HBM 생산능력 배분 같은 실물 데이터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적은 병목이 정말 그 순서대로 왔는지는 여기서 검증되지 않습니다. 확인된 건 그가 지목한 품목들이 실제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는 것까지입니다.

그런데 가격을 만든 건 예측이 아니었습니다. 165페이지 문서는 한국 증시에서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움직인 건 구매 계획이었습니다.

  • 젠슨 황이 SK하이닉스에서 수십억 달러어치를 산다고 말하자 2주에 53% 올랐습니다
  • GTC에서 전력 효율을 말하자 전력기기 3사가 한 달에 48~66% 올랐습니다. 정작 엔비디아는 −2.1%였습니다
  • 반면 그가 네 번의 GTC에서 가장 크게 민 로봇은 네 번 모두 하락했습니다. 로봇을 올린 건 삼성전자가 넣은 589억원이었습니다

비전은 남의 매출이고, 조달 계획은 그 회사의 매출입니다. 시장이 후자에만 반응한 건 비합리가 아니라 합리입니다.

다만 그것도 전부는 아닙니다. 2026년 7월, 한국 종목들은 발주가 있든 없든 40~50% 빠졌습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는 −13.1%, TSMC는 −7.4%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8월부터 다시, 역시 발주와 무관하게 크게 올랐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사업 내용이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결국 세 층이 따로 움직입니다.

  1. 유동성이 방을 만듭니다. 2022년 10월 바닥을 만든 건 AI가 아니라 CPI 발표였습니다
  2. 발주가 자리를 정합니다. 매 구간 1등이 바뀐 이유이고, 같은 섹터 안에서 종목이 갈린 이유입니다
  3. 레버리지가 높이를 정합니다. 2026년 7월에 사라졌다가 8월에 돌아온 것이 이것입니다

아셴브레너는 방과 자리를 맞췄습니다. 그런데 높이에서 무너졌습니다. 상반기 439%가 한 달 만에 −67%가 되는 과정에서 그의 논지가 바뀐 흔적은 없습니다. 최대 400%까지 쓴 레버리지가 포지션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 사건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두 달 뒤 그는 같은 논지를 옵션으로 다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비슷한 발언을 만났을 때 볼 것은 네 가지입니다.

  1. “산다”인지 “커진다”인지. 앞의 것만 그 회사의 매출입니다
  2. “하고 있다”인지 “계약했다”인지. 매출 표에 없으면 수주잔고를 봅니다. 그것도 없으면 아직 기대입니다
  3. 작년 1등인지. 네 구간 모두 1위가 바뀌었고, 직전 1위는 다음 구간에서 예외 없이 하위권이었습니다
  4. 내가 그 낙폭을 버틸 수 있는지. 4년 누적 1등 종목도 중간에 반토막을 두 번 지났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묶인 광통신 세 종목이 왜 서로 다르게 움직였는지는 2부에서 사업보고서로 하나씩 열어보겠습니다.


데이터 기준일과 출처
검토 대상은 국내 19개 종목과 해외 2개 종목입니다. 주가는 한국거래소 및 해외 거래소 종가 기준이며, 이 글의 모든 수익률은 2026년 9월 17일 종가로 끊었습니다(해외 종목은 마지막 거래일인 9월 16일). 장중 고가·저가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13F 수치는 Situational Awareness LP가 SEC에 제출한 13F-HR 원문(기준일 2025년 12월 31일, 2026년 3월 31일, 2026년 6월 30일)이며, 옵션 금액은 프리미엄이 아니라 기초자산 명목가입니다. 13F는 주식 공매도를 보고 대상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빛과전자·대한광통신 실적과 수주잔고는 2026년 8월 14일 제출 반기보고서, 오이솔루션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대한광통신의 864심 케이블 공급계약 금액, 2분기 실적, 광섬유 국제가격과 빛과전자 임원의 하반기 매출 관련 발언(2026년 5월 7일)은 언론 보도 경유입니다. 투자자별 매매는 한국거래소 통계, 2026년 5월 4일~8월 18일. 펀드 수익률·청산·9월 옵션 매수는 언론 보도 경유이며 운용사 공시가 아닙니다. 아셴브레너의 에세이는 2024년 5월 29일 최초 게시분으로 2년 이상 지난 자료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수익률은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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